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Posted by 김쥴리




순간도 그리움이 되면 길어진다. 순간은 긴 세월 앞에서는 늘 백기를 드는 패자이지만 결정적 순간에 되살아나 그동안 참아 온 모든 시간을 제압해 버린다. 한없는 그리움 속에서 순간을 만나면 그것은 영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루한 영원은 항상 폭발하는 찰나를 동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으로 회상되는 것은 세월이라는 장편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세월 속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순간들이 잊혀지지 않는 추억을 통해 문득문득 떠오르는 단편일 뿐이다.

 

 

 

풍류는 절대로 쾌락이 아니다.

 


Posted by 김쥴리




꽃향기는 맡는 것이 아니라 듣는다. 옛 글에도 聞香이라 표현했다. 이 얼마나 운치있는 말인가. 꽃향기를 들어보면 아름다운 세상이 결코 먼 데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며 실험 심리학자인 G.T.페히너는 식물에도 영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식물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 한 권을 덮으면서 향기처럼 가슴에 남은 말들이다.

 

살아있는 생물을 보다보면 묘하게 치유가 된다. 그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마음, 정신, 신체 모두가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우매한 인간은 그제서야 "아, 내가 아팠구나." 깨닫는다.

Posted by 김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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