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사랑은 환상이다.

30대의 사랑은 외도다.

사람은 40세에 와서야 처음으로 참된 사랑을 알게 된다.

-괴테

 

연애를 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나의 가치관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결국 한 권의 책도 사지 못하고 서점을 나섰다. 불현듯 사십 대는 연애도, 육아도 모두 끝내놓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 나이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스무살은 유약했다.

 

사랑은 뜨거웠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흔들리는 것은 나 하나였다.

 

스물의 몸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사랑이 흔들릴 때마다 삶이 덩달아 흔들렸다. 삶이란 것에 허우적거리면서 나는 바랐다. 하루빨리 스물의 청춘을 탕진해버리고 서른 살 없이 훌쩍 마흔 살이 되기를.

 

다시 연애하지 않는 길은 죽는 길 밖에 없어.

 

신열을 앓는 밤이면 남편의 손길이 그립다. 이제 남의 사람이 된다고 하니 어쩐지 놓쳐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이 남아 있는 것도 같다. 남편은 내내 그리운 사람이었던 것도 같다. 이런 마음이 드는 내가 참 고약하다.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사랑이 나는 마음에 든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될 때가 있고 슬픔은 나누는 순간 모두의 것이 되기도 했다. 외로움도 마찬가지다. 외로움은 나누는 순간 비참해졌다.

 

아이라는 룸메이트가 있는 독신이거든요.

 

아픔까지 끌어안아서 사랑할 수 있었던 스무 살의 나는 용감했다.

 

기다리다가 어느 결에 슬며시 기다림을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되길, 절대 먼저 다가서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되길 마흔 살의 나에게 바란다.

 

서로를 향해 눈과 손과 귀와 마음을 끌어당기는 사랑은 어쩌면..., 심장에 자석을 다는 일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사랑하는 만큼 보여주어야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결코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다. 얼굴을 아무리 화장으로 가려도 나이는 감춰지지 않는다. 생각과 행동도 나이를 먹은 티를 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역사를 담고 있다. 마흔 살에는 마흔 가지를 잘해야 겨우 나이 값을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이 값을 하기 위해 얼마나 자주 나를 속여야 하는 일이 생기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나는 그 말을 만들어낸 사람의 절박함을 이해할 뿐이다.

 

한 사람의 상대자를 평생 동안 사랑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한 자루의 초가 평생 동안 탈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톨스토이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나니 목이 칼칼했다. 술 한잔이 그리운 밤, 같이 마실 사람이 없었다. 전화할 사람도.

아, 참 외롭게 살고 있구나, 스스로를 안쓰러워하다 잠들었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는 매혹적인 하룻밤이 있어.

저녁마다 여자들과 남자들은 잠이 들지.

그들은 마치 어둠이 추억이라도 되는 것 처럼, 그 밤 속으로 빠져들어.

-파스칼 키냐르, 로마의 테라스

 

연애는 환상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현실은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실을 거세한 어떤 결론도 나는 내릴 생각이 없다.

 

아쉽다. 하루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게.

 

사랑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고뇌와 인내에서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는가를 보이기 위해서 있다.

-헤르만 헤세

 

큰일을 큰일로 다루면 그 일은 정말 심각하게 되어버린다. 가볍게 넘기면서 별것 아니라고 주입을 해야 들고 있기가 힘들지 않다. 우리는 작은 일에 쓸데없이 진지해지곤 한다. 사랑보다 큰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주장일 뿐, 사는 일이 고된 사람들에게는 당장 한 달 사는 일이 큰일이 된다. 지나고 보면 다 지나가게 되어 있는 그저 그런 일인 것을 그 때마다 호들갑스럽게 큰일로 겪어내다 보면 내 심장이 불쌍하고 내 머리가 불쌍해진다.

 

결혼식장에서 망설임 없이 대답했던 그 약속들이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이다.

 

사람보다 무서운 게 없지만 사람보다 좋은 것 역시 없다.

 

오늘 사랑한다고

내일도 사랑하리라고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루소

 

우리는 모두 혼자다. 서글프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새삼 순결이라는 말이 생각이 묶였다. 남녀가 만나 육체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그렇게 욕되고 속된 것일까. 황홀한 상상의 뒤끝이었든, 열렬히 한 남자의 나체를 상상하면서 고통에 불과한 욕망을 풀어놓았든 그것이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면, 사랑은 더 이상 순결하지 않은 걸까. 여자와 남자가 만나 육체적 결합없이 정서적으로만 교감하면서 그것을 사랑이라 이름 한 채 만남을 지속할 수 있을까. 서로 뜨겁게 사랑하여 육체적으로 결합한 것이 과거형이 되어버렸을 때 그 누구도, 사랑해본 경험이 있는 남녀를 가리켜 순결하다고 하지 않는다. 사랑은 혹시 '사랑'이라는 관념 속에서만 순결한 것일까. 스무살 넘어 하는 연애에 과연 몸의 욕구를 거절할 만큼 자제할 수 있는 청춘이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혹은 성욕의 씨를 잘라낸 채 영혼으로 교감하며 우리는 서로 뜨겁게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커플이 과연 있을것인가 하는 그것이다. '잡된 것이 섞이지 아니하고 깨끗함. 마음에 사욕, 사념 따위와 같은 더러움이 없이 깨끗함. 이성과의 육체관계가 없음.' 국어사전은 순결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해놓고 있다. 마음으로는 온갖 음탕한 짓을 다 해도 몸만 아무 이상 없으면 그게 순결한 것인가. 스리섬이나 사디스트, 마조히스트적인 과도한 성행위를 상상하면서 자위를 해도 접촉한 것이 아니라면 그 역시 순결한 것인가. 마음과 몸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순결한 것인가. 아이를 낳은 나는 더 이상 순결할 수 없는 것일까. 과연 섹스는 잡된 것인가.

 

넘치면 비울 일이 그 다음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무르고 싶을 때 무를 수 있는, 그런 건 삶에서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다.

Posted by 김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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